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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리뷰/World Wine Tasting

와인의 시초, 조지아

by wineventure 2024. 7. 24.

https://alaymanswinemusings.com
ministry of culture and monument protection of georgia

8,000년 전 존재했던 와인

유럽의 동쪽 끝, 서아시아의 시작점에 위치한 조지아(Georgia)는 와인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증거들이 남아있는 곳입니다  조지아의 넓은 범위에서 포도를 재배하던 전통이 훼손되지 않고 남아 있었으며 와인 양조용 포도재배와 연관된 고고학적, 고식물학적 공예품의 발굴을 통해 8,000년 전부터 와인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이런 조지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Qvevri입니다.

크베브리(Qvevri)란? 와인을 양조, 숙성, 저장할 때 사용하는 조지아의 전통 항아리를 말합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크베브리를 사용한 전통적 와인 양조는 수천 년 동안 지속되어 왔습니다. 조지아에서 525종 이상의 다양한 토착 품종을 사용해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또한 크베브리 와인은 우리나라 각 가정에서 김치를 담그듯 조지아의 농민뿐만 아니라 다수의 국민들이 만들어 오고 있습니다.

조지아에서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포도를 수확해 사츠나켈리(сацнехели, Satsnakheli:포도 압착기)에서 짜낸 포도즙과 차차(chacha:포도껍질, 줄기, 씨)를 모두 크베브리 안에 담고, 크베브리를 밀봉한 후 5~6개월 동안 숙성시킵니다. 크베브리는 땅에 묻어 와인 숙성 및 보관에 최적인 온도로 만드는데, 달걀 모양을 가진 항아리는 포도가 발효되면서 포도즙이 항아리 모양을 따라 자연스럽게 순환되는 것을 돕습니다. 발효가 끝나면 차차(chacha)는 바닥으로 가라앉고, 휘발성·비휘발성 성분에 의해 와인의 질은 좋아집니다. 그리고 와인은 비휘발성 물질과 분리되어 안정화됩니다. 조지아의 크베브리 와인 양조법은 고도·토양·기상 조건이나 토착 품종 등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보입니다.

크라후나, 히흐비, 젤샤비, 르카치텔리, 사페라비

품종 정보

  • 크라후나(Krakhuna)는 ‘새콤하다'는 뜻으로 조지아 서쪽에 위치한 이메레티(Imereti) 지역의 토착 품종입니다. 서유럽식으로 양조하면 바나나와 살구 등 달콤한 과일향이 풍부해지고, 크베브리에서 양조하면 마른 과일 향과 약간의 허브향이 느껴지는 숙성잠재력이 좋은 품종입니다.
  • 히브비(Khikhvi)는 조지아 동부 카헤티(Kakheti)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며 생산량도 적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품종입니다. 단맛이 강해 스위트 와인으로도 생산되며, 서유럽식으로 양조하면 달콤한 과일향이 풍부해지고 크베브리에서 양조하면 핵과류 향이 많은 와인으로 만들어집니다.
  • 젤샤비(Dzelshavi)는 Dzeli(나무) + shavi(갈색) = 매년 올라오는 새 순에서 갈색 빛이 돌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5세기 경부터 재배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지아의 피노 누아라고도 불립니다. 이는 껍질이 얇고 포도 맛이 경쾌해 여름에 즐기기 좋은 가벼운 와인으로 만들어지며, 피노 누아와 유사한 스타일 지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로제와 스파클링으로도 생산되는데 조지아 중북부(이메리티와 라차 지역)의 높은 고도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습니다.
  • 르카치텔리(Rkatsiteli)는 조지아를 대표하는 청포도 품종으로 레몬, 사과, 배, 복숭아 등 과일향과 함께 은은한 꽃 향이 특징입니다. 아로마와 산도의 밸런스가 좋고 질감이 탄탄하며 바디감이 묵직한 편이고, 드라이한 와인부터 스위트, 앰버 와인까지 다양한 스타일로 양조됩니다.
  • 사페라비(Saperavi)는 조지아를 대표하는 적포도 품종으로 과육이 붉어서 피와 같이 매우 진한 색의 레드 와인으로 생산됩니다. 검은 자두와 블랙베리 등 과일향이 진하고 향신료, 담배, 초콜릿, 흙, 꽃 등의 풍미가 복합미를 더해줍니다. 바디감이 묵직하고, 타닌이 강건하지만 산도가 높아 와인이 경쾌하게 느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지아 와인 페어링

이날 저는 조지아와인코리아에서 진행한 서포터스클럽 행사를 통해 스위스의 산, 이탈리아의 음식, 프랑스의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조지아의 다채로운 와인들 맛보고 왔습니다. 조지아 와인은 평소 와인을 즐기시던 분들도 생소할 수 있지만 8,000년의 긴 와인 역사를 가진 조지아의 와인에 대해 배우며, 중식과 페어링을 통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행사 당일 와인 21 기자 겸 WSA 와인아카데미의 김상미 강사님께서 진행을 맡아주셨습니다.

페어링을 진행한 와인은 총 7가지로 화이트부터 오렌지, 로제, 레드까지 4종류의 와인을 만났습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조지아 와인을 마시면서 프랑스, 미국, 스페인 등 유명 국가에서 생산한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익숙한 향들이 색다르면서도 반가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중식과 페어링 하며 ‘이게 과연 어울릴까?’하는 생각과 반대로 음식과 와인의 시너지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제일 의외의 모습으로 놀라게 했던 탕수육 & 로제, 유산슬 & 레드 와인의 페어링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시음리스트

1. 아네모, 크라후나 크베브리(Anemo, Krakhuna Qvevri) & 소룡포

샴페인처럼 구수하면서도 말린 사과의 달콤한 여운이 소롱포와 만나면서 기름진 뒷맛을 깔끔하게 마무리해 준다.

2. 조지안 선, 9 번치스(Georgian Sun, 9 Bunches) & 해물지짐만두

부르고뉴 샤르도네처럼 깔끔하고 상큼한 맛을 가진 와인으로 해물지짐만두의 새우와 육즙에 와인이 잘 녹아든다.

3. 바지수바니 이스테이트, 히흐비(Vazisubani Estate, Khikhvi) & 칠리새우

파인애플 맛이 달콤하게 남는 부드러운 소비뇽 블랑 같은 와인. 칠리새우의 매콤 달콤한 맛과 적절한 밸런스를 맞춰준다.

4. 로열 크반츠카라, 젤샤비 사페레비(Royal Khvanchkara, Dzelshavi Saperavi) & 유산슬

첫 향에 철분의 느낌과 유산슬의 진한 맛에 레드 와인과…? 했지만. 건포도의 말린 과일, 산뜻한 산미와 잘 어울려 와인만 마실 때 보다 훨씬 좋았다. 좋은 페어링이다.

5. 이클립스, 치츠카리(Eclipse Winery Tsiskari) & 깐풍기

비요뜨에 죠리퐁을 몇 알 넣은 듯한 아로마가 처음에 좋으면서 어색했지만 신선한 팔레트는 좋았다. 깐풍기가 그렇게 맵지 않음에도 매운맛이 와인을 약하게 느껴져 아쉬웠다.

6. 나스라슈빌리, 르카치텔리 로제(Nasrashvili Family Winery Rkatsiteli Dry Rosé) & 탕수육

딸기, 체리. 굉장히 내추럴스러운 맛을 내고 시간이 지나며 오렌지와 꿀 향을 머금었다. 타닌도 꽤 있고 드라이한 와인임에도 단맛이 높은 소스를 듬뿍 찍은 탕수육과의 페어링은 생각과 다르게 너무 좋아 놀랐다.

7. 아스카넬리, 무쿠자니 프리미엄(Askaneli, Mukuzani Premium) & XO볶음밥

첫 향은 오크와 검은 베리로 스페인스러운 향과 이후 보르도 와인을 보는 듯한 느낌이 재밌었다. 오크의 나무 향이 볶음밥의 스모키 함과 잘 어울렸다.

칠링 중인 와인들과 페어링 한 중식